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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 Business

비만치료제 '위고비' 등장과 미국 기업의 생존전략 변화

 

 

 

기존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꿀 혁신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살빼는 약'이다. 여기저기서 위기감을 느낀 전통 기업들의 볼멘 소리가 들려온다. 

혁신 제품의 등장에 따른 변화, 여기에 적응하는 방법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코닥이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다. 거대한 공룡기업들은 한순간에 몰락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비만 치료제가 시장에 미친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살펴보려 한다. 이를 통해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시사점을 발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비만치료제의 등장

 

2021년 6월, 살빼는 약 '위고비'가 출시되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먹는 양을 줄이는 원리로 체중을 감량하게 해준다. 

 

비만 치료제의 장단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화가 안되거나 메슥거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1회에 1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도 문제다.

하지만, 주사 한방이면 간편하게 살을 뺄 수 있다니! 본능적으로 귀차니즘 유전자를 가진 우리 '휴먼'들은 모두가 열광했다.

유명인들의 후기도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 윈프리, 일론 머스크 등도 이 주사를 맞고 살을 뺐다고 고백했다. 

 

모두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장미빛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2년 24억 달러(3조 2000억 원)에서 2030년 약 540억 달러(약 72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8년 동안 20배 이상 증가할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시장에 미친 영향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먹는 것'과 관련된 산업이다. 

코카콜라, 네슬레, 하인즈 등 식음료 기업이나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주류생산, 외식업체 등도 타격을 입었다. 사람들이 음식 자체를 덜 먹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다이어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식습관 관리 운동으로 살을 빼는 서비스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는 이들 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체중감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눔(Noom)은 나스닥 상장에 실패했다. 미국 최대의 다이어트 회사 '웨이트 워쳐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020년에 503만명에 이르던 회원 수는 2022년 350만 명까지 감소하고 말았다.

 

그 밖에도 다이어트 식품 제조업체나 비만 수술에 사용되는 장비업체, 수술로봇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그야말로 시장을 바꿀 '게임체인저'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게임체인저 대응전략

 

이들 기업들이 제 2의 노키아, 코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적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미국 최대의 다이어트 기업 '웨이트 워쳐스'의 대응전략을 살펴보도록 하자. 

 

 웨이트 워쳐스 (Weight Watchers) 

이 회사는 자신들의 서비스에 비만 치료제를 도입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다. 다이어트 약을 손쉽게 처방을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놀라운 것이다. 1960년대 창립 후 지켜온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1996년 살빼는 약 '펜펜' 열풍이 일어났을 때도 이런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비만 치료제 도입 결정은 기업 정신을 흔드는 중요한 변화인 것이다. 

 

비만 치료제 처방을 위해 2023년 3월 '위켄드 헬스'를 인수한다. 위켄드 헬스는 원격으로 의사 진료를 받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회원들에게 체중감량 서비스와 더불어 비만 치료제를 처방까지 한번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어떤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나는 과감하게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한 기업이 생존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마주할 환경은 예측이 불가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변화된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자신들의 기업정신, 경영원칙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쇄국정책을 펴던 대원군과 사대부처럼 '아니되옵니다'를 외치는 내부의 반대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정체성을 바꾸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비만 치료제가 가져올 변화의 소용돌이, 과연 어떤 기업이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멋진 변화를 보여줄까?